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민간 정비사업의 난맥상과 갈등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새로운 방식으로 도입한 주거환경 정비 모델이다. LH, SH와 같은 공공기관이 사업의 주체가 되어 계획, 시행, 분양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며, 공공성과 신속성,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한 제도다. 본 글에서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 등장하게 된 정책적 맥락과 구조적 특징, 실제로 적용된 대표 사례들을 통해 그 효과와 한계, 그리고 향후 방향성에 대해 심층적으로 고찰해보고자 한다.
공공이 직접 정비사업을 시행해야 했던 이유
한국의 정비사업은 오랜 시간 동안 민간 주도의 방식으로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필연적으로 ‘사업 지연’, ‘조합 내 갈등’, ‘과도한 수익 추구로 인한 분양가 상승’ 등의 문제를 초래했다. 특히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권에서는 주민 간 이해 충돌이 심화되며 사업 진행이 수년간 표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거공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함과 동시에 도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도입하게 되었다. 이 방식은 2021년 발표된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일환으로 처음 명문화되었으며, 기존 민간주도형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강한 정책적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공공이 정비사업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행정적 개입을 넘어, 사업 기획부터 설계, 인허가, 건설, 분양까지 전 과정을 공기업이 주도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사업 지연을 줄이고 주민 간 갈등을 최소화하며, 실수요자를 위한 공공임대·공공분양 비율을 높이는 등 다층적인 목적을 갖고 추진되었다.
실제 적용 사례를 통해 본 공공 직접시행의 구조와 성과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 실제로 적용된 대표적 사례로는 서울 도봉구 방학동, 영등포구 신길 2 구역, 용산구 이태원정비촉진구역 등이 있다. 이 중 **신길 2 구역**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주민 동의율 70%를 돌파하며 사업 추진 속도가 급격히 개선된 바 있다. 이 구역은 기존 민간조합 주도로 수년간 정체되어 있던 사업이었으나, 공공이 개입한 이후 지자체와 공기업이 함께 협의체를 구성하고, 주민 대상 설명회와 참여형 설계를 도입함으로써 갈등을 최소화하고 신뢰를 회복하였다. 이후 절차는 신속통합기획, 인허가 간소화 등을 통해 대폭 단축되었으며, 실질적인 착공까지 이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과거 민간사업에 비해 현저히 짧아졌다. 용산구 이태원정비촉진구역 역시 장기간 사업이 정체된 곳이었으나, 공공시행자 도입 이후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개발계획 수립을 통해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였다. 특히 공공임대와 공공분양 비중을 확보하면서도 디자인, 커뮤니티 시설 등에서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을 통해 공공성과 만족도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힘썼다. 한편 이러한 사례들은 단순히 주택 공급량의 문제를 넘어서, 도심 내 노후주거지 재정비와 도시재생이라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에는 수익성 문제로 사업성이 떨어졌던 지역들에 대해서도 공공이 위험을 분담하면서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점은, 향후 정비사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공공 직접시행의 가능성과 지속적 과제를 함께 보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지금까지의 정비사업 모델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도시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정책적 실험이자 대안적 접근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갈등의 소지를 줄이고 행정 절차를 단축함으로써 ‘속도’와 ‘공공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인 접근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첫째, 공공기관의 역량 부족 문제다. 공공이 직접 전 과정을 책임지는 구조인 만큼, 단순 행정력이 아닌 정비사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과 실행력을 갖춘 인력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둘째, 사업성과 확보의 균형 문제다. 지나치게 공공임대 비율을 높이면 수익성이 저하되고, 이는 전체 사업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 셋째는 주민 설득과 신뢰 확보의 문제이다. 공공이 시행 주체라고 하더라도, 주민의 동의 없이는 사실상 어떤 사업도 진행될 수 없다. 이 때문에 향후에는 더욱 세심하고 투명한 소통 전략과 참여 모델이 요구된다. 결국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누가 주체가 되어야 가장 효율적으로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정책적 응답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시범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현재, 이 제도의 확대 여부는 향후 주택정책의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크며, 이와 관련한 세부 제도 설계와 피드백 시스템 구축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